빅토리아의 요새 더 시타델에 들렀다. 지금은 아름다운 고조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지만 1551년엔 해적 침략 당시 요새에 숨어 있던 많은 이들을 납치했던 비극적인 역사를 품고 있다. 더 시타델에 오르니 고조섬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초록색 들판, 선인장이 엉켜 있는 황량한 언덕, 레몬색으로 빛나는 라임스톤(석회암) 돌담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둥근 성당 지붕도 사랑스러웠다.
성당은 타피누(Ta’Pinu), ‘기적의 교회’라 불리는 곳이다.
1833년 교회 근처를 지나다니던 농부가 성모의 목소리를 들은 뒤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게 됐다고 하는데,
교회 내부엔 기적의 목소리에 의해 구원받은 내용이 적힌 감사 편지가 벽을 가득 메운다.
고조섬에 도착해 제일 먼저 향한 곳은 타피누 성당이었다.
몰타를 여행하다 보면 많은 성당을 가게 되는 까닭에 조금 지루한 느낌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 성당들이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걸작들에 속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황량한 벌판에 덩그러이 홀로 서있는 타피누 성당은 1883년에 세워졌다.
당시 밭을 갈던 한 여인이 성모 마리아의 ‘기도하라’는 음성을 들은 후 근처의 예배당으로 달려가 어머니의 병을 고쳐달라고 기도했고 이후 실제로 어머니의 병이 완쾌되어 이 후 이 예배당 자리에 타피누 성당이 세워졌다.
소원을 들어주는 성당으로 유명해진 탓인지 아직도 소원을 빌러 전 세계에서 많은 신자들이 찾는 곳이 되었으며 최장기간 즉위한 교황으로 유명한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하기도 했다.
성당 내부에 그동안 이곳에서 기도를 하고 소원을 성취한 이들이 보내온 편지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들었지만 마침 미사를 드리고 있는 신자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누가 되는 것 같아 조용히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