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독거도에 여름이 오면(2018년 8/27~8/31)
여름 한 철이 되면 아찔한 해안절벽을 넘나들며 갯바위에 붙은
자연산 돌미역을 채취하는 안행식(71), 조맹엽(65)씨 부부.
행여 바다에 휩쓸릴 새라 허리에 묶은 밧줄 하나에 의지한 채
목숨을 건다.
맨몸으로 바다와 씨름하는 부부의 여름 이야기를 들어보자.
진도에서 가장 외해에 위치한 독거도는 파도가 험하기로 유명하지만
그 덕에 미역만큼은 최고로 통하는 섬이다.
한 철 미역을 거두기 위해 고향인 독거도로 돌아온 부부.
겨울이면 미역이 잘 붙으라고 갯바위를 닦고
봄부터는 어린 싹이 말라죽지 않게 바닷물을 뿌려주며 보살폈다.
진도에서 두 집 살림을 하며 1년 농사 못지않게
사시사철 공들인 끝에 돌아온 수확 철이다.
어려운 형편에 집도 없이 텐트 생활을 하며 시작했던 미역 농사.
바위에 다리가 끼이거나 해일이 덮쳐 죽을 고비도 수십 번 넘겼지만
빈주먹 쥐고 미역만 바라보며 어린 사남매를 키워냈다.
그 세월이 쌓여 이제는 부부에게 미역은 또 다른 자식이 되었다.
이 악물고 살아온 부모님의 지난 세월 다 지켜본 자식들은
남들이 피서지로 떠날 때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독거도로 들어온다.
일손을 거든 지도 10년이 다 되어가는
사위 김정업(47)씨와 고등학교 때부터 일을 돕던 막내아들 병욱(38)씨,
두 딸과 손자들까지 부부의 곁으로 와 매년 ‘미역 명절’을 쇤다.
때로는 파도만 바라봐도 징글징글하지만
반평생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부부는 바다를 떠날 수 없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고 뜨거운 계절을 보내고 있는
안행식, 조맹엽 씨 부부의 진짜 여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