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리포트 갈 곳 없는 빈병, 빈용기 보증금 제도의 허와 실
주류나 음료의 판매가격에 별도의 보증금을 포함한 후 빈병 반환 시 돌려주는 ‘빈용기 보증금 제도’. 지난 해 1월부터 강화된 이 제도에 따라 소비자들은 빈병을 매장에 반환하면 소주병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을 돌려 받을 수 있다.
환경부는 빈병 재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야심차게 제도를 강화했지만, 현실은 빈병을 교환하려는 소비자의 불편도 늘고 빈병을 받아주는 소매점의 고충도 늘어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빈용기 보증금 제도’를 <소비자 리포트>에서 파헤쳐본다.
# 빈병 꺼리는 소매점, 뿔난 소비자
빈병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집 앞 마트에 방문한 이우성 씨. 하지만 평일에는 빈병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는데.
또 다른 소비자 유은영 씨 또한 동네마트에서 ‘우리 가게에서 산 영수증이 없으면 병을 받아줄 수 없다’라는 말을 듣고 무거운 빈병과 수치심까지 집으로 다시 가져와야 했다.
빈병 교환이 쉽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말이 사실일까?
현행법에 따르면 반환하려는 빈병이 1인 기준 하루 30병이하라면 타 매장 상품이더라도 회수해야 하며, 특정 요일이나 시간을 정해 회수하는 것도 위법이다. 그렇다면 소매점에서는 왜 빈병 회수를 거부하고 있을까?
# 빈병과의 전쟁, 소매점의 속사정!
경북 경주시에서 17년째 마트를 운영 중인 전종철 씨.
하루에 판매되는 주류는 약 100병, 하지만 반납되는 빈병은 약 400~500병! 수많은 빈병들을 처리하느라 마트 운영이 어려울 정도.
서울 서초구에서 2개의 편의점을 운영 중인 이상아 씨도 마찬가지. 빈병 1개당 소주 10원, 맥주 11원의 취급수수료를 받고 있는 소매점.
적재 공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받은 병을 정리하고 반품하는 과정에 드는 인력을 생각하면 수수료 10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 갈 길 먼 ‘빈용기 보증금 제도’ 해결 방안은?
환경부는 소비자와 소매점 사이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전국 주요 대형마트 50곳에 빈용기 무인회수기를 설치, 총 108대의 무인회수기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전국 대형마트 및 편의점 점포수 3500여 개와 비교할 때 무인회수기 설치율은 2%대에도 못 미치고 있는 상황! 확인 결과, 그마저도 고장 나거나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소비자들이 보증금 반환을 포기하고 쓰레기 분리수거 절차를 통해 병을 처분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민간 재활용품 수집상에서 공병상을 통해 제조사로 가는 구조.
전문가에 따르면 공병상을 통해 회수되는 병들은 취급과정에서 파손되거나 이물질로 인해 내구성이 떨어져 재사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데.
환경도 살리고 소비자의 경제적 권리까지 고려해 생겨났지만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는 ‘빈용기 보증금 제도’. 그 허와 실을 <소비자 리포트>가 따져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