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아주 특별한 책상
1855년, 미국과 영국이 전쟁 발발 일촉즉발 상황에 몰리는데…
얼마 후, 두 나라는 화해 모드에 돌입, 180도 다른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책상 하나가 있었다.
미국과 영국을 화해시킨 특별한 책상.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은 남쪽 방향으로 대형 창문 3개가 있다.
바로 앞쪽 가운데에 커다란 책상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흔히 '레졸루트 데스크(Resolute Desk)'라고 불리는 이 책상은 만든 지 무려 130년이나 된다.
역사가 짧은 미국에선 거의 문화재에 가깝다.
이 책상이 백악관에 오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1850년대 초 영국의 북극 탐험선 '레졸루트'가 캐나다와 그린랜드 사이의 해협을 통과하다 조난을 당했다.
선원들은 모두 구조됐으나 배는 난파돼 종적을 감췄다. 배가 발견된 것은 2년 후. 미국의 고래잡이선 '조지 헨리'에 의해서다.
미국 정부가 레졸루트를 사들이고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 선물로 보냈다.
당시 서먹했던 두 나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다.
1880년 백악관으로 어선 한 척 크기의 대형 화물이 배달됐다.
수취인은 러더퍼드 헤이스 대통령. 발신인은 놀랍게도 빅토리아 여왕이었다. 박스를 뜯어보니 화려하게 조각된 데스크가 나왔다.
레졸루트를 해체해 그 나무로 책상을 만들었다는 여왕의 친서도 들어있었다.
이 때부터 미국 대통령은 집무실에 이 책상을 들여놓고는 국사를 챙겼다.
'레졸루트 데스크'가 지금의 꼴을 갖춘 것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시절이다.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에 의존해야 했던 루스벨트는 책상 전면에 패널을 달아맸다.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에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다.
루스벨트는 '레졸루트 데스크'에 앉아 무려 3522건이나 되는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서명했다.
지금까지 이 기록을 깬 대통령은 없다.
대공황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까지 치르느라 의회의 동의없이 독자행보를 걸었다.
건국 이후 발동된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수만 건이나 되지만 위헌 판결을 받은 것은 딱 두 건 뿐이다.
심지어 정부가 일본계와 독일계 미국시민을 적법한 절차 없이 수용소에 감금했는데도 대법원은 대통령의 전시 비상대권을 인정해 루스벨트의 손을 들어줬다.
해리 트루먼이 한국전 파병 행정명령을 내린 것도 '레졸루트 데스크'에서다.
이와 함께 사상 최초로 흑과 백이 같은 막사에 기거하며
전투를 치르게 해 '레졸루트 데스크'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대통령 행정명령이 또 다시 정국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엊그제 국정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자주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고 선언한 때문이다.
당장 연방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차례 의회에 인상을 요구했으나 무산된 결과다.
공화당 쪽에서는 "대통령이 의회를 협박하고 있다" "제 2의 히틀러가 나타났다"는 등 반발하고 있어 워싱턴 정치가 더욱 험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오바마는 "의회가 민생법을 제때 처리해주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든 행동을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대통령은 또 이민법 개혁을 올해 안으로 끝내겠다고도 했다. 불법체류자의 사면을 골자로 한 개혁안은 작년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반대로 해를 넘겼다.
대통령이 더 이상 의회에 휘둘리지 않고 행정명령을 내려 불체자들의 눈물을 닦아줬으면 좋겠다. 영어의 '레졸루트'는 단호하고 확고하다는 뜻이다. 오바마가 '레졸루트 데스크'에서 오른손 주먹을 꽉 쥔 채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을 어서 보고 싶다.
레졸루트 뜻은 확고한 결연한입니다.우리말로하면 흔들리지 않고 굳굳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