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스페셜780회 고마워요 조용필
가왕 조용필이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음악 인생 50년을 함께 해온 팬들이 있다.
1980년, 조용필은 최초의 오빠부대를 만들었다. ‘기도하는~’이 울
려 퍼지면 ‘꺄악!’은 자동반사적으로 나왔고, 조용필이 있는 곳에는 소녀들의 환호가 뒤따랐다.
5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버린 현재에도 조용필 팬카페는 아이돌 팬카페를 제치고 랭킹에 올라있고, 여전히 티켓팅은 어렵다!
40년 넘도록 ‘오빠’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는 팬들. 팬들에게 조용필은 어떠한 의미일까?
오랫동안 그의 자취를 따라 온 팬들은 반 세기동안 그 자리에 있어준 조용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방황했던 시절 그의 노래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인생의 시련에서 힘
을 얻기도 했던 팬들에게 ‘조용필’은 인생 그 자체. 그들의 삶 속에
녹아든 가수 조용필의 이야기.
더불어 오빠 노래만 있다면 누구보다 신나게 노는 소녀팬(?)들의 연륜
가득한 팬생활이 공개된다.
■ 웬만해선 그녀들을 막을 수 없다(?)
조용필의 50주년 서울 콘서트 날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폭우에도 오전부터 그의 집 앞은 소녀팬들로 가득했다.
소녀 시절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오빠의 집 앞에서 우산을 쓰고
기다리던 팬들은 오빠의 차가 등장하자 위험도 무릅쓰고 차에 달려
들었다.
오빠! 오빠 잠깐만! 오빠 잠깐만! 오빠는 비 맞지 마세요!
비는 우리가 맞을게요! 이따 봬요!
- 콘서트 당일
팬들의 걱정에도 조용필은 콘서트 내내 비를 맞으며 노래를 열창했다. 폭우에도 우비를 쓴 채 공연을 즐기는 팬들과 그런 팬들에게 미안함과 함께 고마움을 전하며 열창하는 조용필. 50년 동안의 고마움이 서로에게 닿았을까?
눈물 나고 보고 싶고 차에서 버스 타고 오면 우리가 4시간 반 걸리거든요.
오빠네 집 가는데 경주에서 4시간 반 걸렸어요. 거의 못 봤어요.
보는 건 이만큼이고 못 보는 게 많죠.
- 최꽃산 인터뷰 중
80년대 조용필의 등장 이후 그의 주변에는 항상 팬들이 있었다.
잠깐이라도 조용필을 보기 위해서 팬들은 몇 시간이고 그의 집 앞에서 기다렸고, 긴 기다림 끝에 오빠를 만났던 적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조용필을 보기 위해 집 앞에서 몇 시간이고 기다렸던 소녀 팬들은 아직도 그때를 회상하며 웃음을 짓곤 한다.
그 당시 화장실 간 새에 오빠를 놓칠까 봐 화장실도 마음
대로 못 갔던 극한 팬 생활(?)을 팬들에게 어떠한 추억으로 남아있을까.
■ 아들 결혼식도 잊게 한 용필 오빠의 매력, 나는 그대를 사랑해 조용필!
이국호 씨는 80년대 길가에서 흘러나오는 ‘창밖의 여자’를 부르는 조용필의 목소리에 반한 후, 40년이 지난 현재까지 조용필에게 푹 빠져있다.
그녀의 건배사는 항상
“나는 그대를 사랑해! 조용필!”, 가장 아끼는 보물은 ‘용필 오빠 생가에서 가져온 기
왓장’. 2006년, 큰아들의 결혼식 전날에도 이국호 씨의 용필 오빠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아들 결혼 연기할 수도 없고 오빠 공연은 당연히 안 되는 거고.
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할 수 없이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와중에
오빠 공연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불안해지고 뭔가 일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되더라고요.
- 이국호 인터뷰 중
결혼식 전날, 조용필의 38주년 콘서트를 포기하려 했던 그녀는 콘서트 시간이 다가
올수록 머릿속은 온통 용필오빠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 길로 열 일 제쳐두고 콘서트
장으로 달려간 이국호씨. 하지만 ‘오프닝만 보고 오자’라는 결심에도
공연이 시작되자 앙코르 공연, 뒤풀이까지 즐기고 들어온 그녀의 못 말리는 조용필 사랑을 들어본다.
■ 아내도 고개 젓게 만든 남편의 조용필 형님 사랑
‘형님!’, ‘오빠!’ 각자의 호칭을 외치며 조용필에게 열광하는 부부가 있다.
신미경·김기태 부부는 ‘조용필 팬’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신미경 씨는 조용필의 노래만 들으면 화가 풀릴 정도로 조용필의 열혈 팬!
그런데 본인이 남편보다 조용필을 더 좋아한다고 자부하던 신미경 씨를 두 손 두 발 다 들게 한 사건이 있었다.
오빠 19집 CD를 9시에 판매 시작할 무렵에 그걸 1등으로 산 거예요.
그걸 전 세계에서 1등인 거예요. 저는 그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저도 오빠 좋아하고 오빠한테 내 삶의 의욕이고 희망이고 뭐 이렇게 얘길 하는데
‘남편한테 졌다.’ 이 생각이 드는 거예요.
- 신미경 인터뷰 중
2013년 조용필의 19집 발매 당시, 아내 몰래 줄을 서서 1등으로 한정판 싸인 CD를
구매한 김기태 씨. 자신 몰래 밤을 새우면서까지 1번으로 CD를 쟁취한 남편에게 신
미경 씨는 존경심을 표했다. 부부는 당시 번호표와 CD를 가보처럼 간직하고 있다.
조용필에 대한 무한사랑을 뽐내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가족들이 떠났을 때도 내 옆을 지켜준 유일한 오빠
2남 2녀 중 셋째였던 김명자 씨는 중학교 시절 여동생을 떠나보냈다. 당시 용필 오빠
의 노래로 위로를 받은 그녀는 그때부터 조용필을 무조건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했
다. 그 후에도 형제들을 한 명씩 떠나보낸 명자 씨는 슬플 때마다 조용필의 노래로
그 시련을 견뎌냈다.
제가 특이한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형제들이 한 명 한 명 먼저 떠나갔었거든요?
그때 최고로 위로를 더 받고, 오빠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어요.
저는 좋아하다가 좀 살기 좋으면 잠시 잊고 있었을 때도 있었고 또 내가 힘들면
다시 돌아왔을 때 오빠는 그대로 한 자리에. 늘 한 자리에서 노래하고 있었잖아요.
50년을.
- 김명자 인터뷰 중
가족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한 자리에서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던 용필 오빠
는 이제 명자 씨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조용필에게 오히려 명자 씨는 본인이 더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한다.
■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첫사랑. 조용필의 노래로 그녀를 추억하는 소설가
옛날에... 그 실연 당시에 그 노래를 부르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또, 뭔가 위안이 되고 그런 슬픔이 해소되는 것 같은 것을 느끼고,
노래 자체는 애절한데 그 노래를 부름으로서 내 슬픔이 어느 정도 승화되기도 하고 완화되기도 하고...
- 지요하 인터뷰 중
‘다시는 생각을 말자~ 생각을 말자고~’.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를 부르며 과
거의 첫사랑을 회상하는 소설가가 있다.
과거 시절, 사랑의 상처를 치유 받았던 소설가 지요하 씨도 조용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는 청년 시절 첫사랑과 헤어진 후 실
연의 아픔을 조용필 노래로 달랬다고 한다.
1980년대, 엄혹한 정권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첫사랑과 이별을 맞이했던 문학청년. 그 당시에 흘러나오던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로 큰 위로를 받은 그는 70세가 된 지금도 가사를 다 기억할 정도로 노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